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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3 갤러리박영 3기 레지던시 입주작가 이다展 - 
2012.06.02 - 2012.06.30
이다
 


독립되거나 단절된 한순간의 시각적 경험이란 원천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형상의 지각은 무수한 기억들,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속에 잠재적으로 작용하는 기억 흔적의 영향력에 쉽게 물든다. 현재 순간의 경험과 지각이란 그 사람의 지금까지의 생애에 있었던 무수한 감각경험(sensory) 가운데에서 가장 새로운 것을 말한다는 데에서 「Tracking_Tracing」 작업은 출발한다. 생경한 대상이든 익숙한 대상이든 우리가 일단 어떠한 풍경이나 사물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 단지 눈에 와서 닿는 자극만이 아닌 그 이상의 것에 닿고자 하는 시도는 암암리에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그 이상의 것’이란 우리의 마음속에 잠재적으로 작용하는 일종의 기억 흔적들이다. 이 기억 흔적이란 자전적이거나 개인적, 또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개개인의 무수한 경험에서 감각되어 인식 표면으로 부표처럼 떠오른 얼룩들이며 인식 표면에서 지속적으로 조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어떠한 이미지를 보게 될 때, 그 새 이미지는 주로 ‘시각적 유사성’에 근거하여 과거에 지각되었던 형상에 대한 기억의 흔적들을 불러낸다. 다소 임의적이거나 자의적 또는 관습적일 수 있는 ‘시각적 유사성’을 기반으로 불러내어진 이 부표들은 부재하는 대상을 환기시키는 능력이 있는 기호들인데, 이러한 인식 과정은 리얼리즘에 근거하여 실재 대상을 확인 한다기보다 유사성에 근거하여 무엇인가를 가리킨다고 상상하는 도상적 행위에 가깝다. 부재하는 대상이 환기된다는 것은 대상이 부재함을 확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상에 대한 속박이 없는 만큼, 우리의 욕구와 욕망은 기억 흔적이 미치는 압력의 방아쇠에 강하고 깊게 작용한다. 우리의 욕구와 욕망이 부표를 향해 던지는 낚시줄에 긴장을 가해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대상을 일정한 지각 특징을 가지는 대상으로 보게끔 요구할 때 기억 흔적의 압력 수위는 높아지고, 우리가 무엇을 보았는가는 마치 정답 없는 로샤 테스트(Rorschach test)처럼 우리를 드러낸다.
이전 「Pseudo-Icon」연작에서 이어지는 「Tracking_Tracing」 연작에서 나는 풍경이나 사물을 쫓아 그리되 풍경이나 사물을 대상으로 그리지 않고자 했다. 에서 ‘풍경’이라는 기억 흔적을 끌어올릴 부표들을 부유시키는 한편으로, 거울처럼 대칭을 이루는 가상의 심리적 공간을 통해 부표를 주저하게 만들며, 부표를 당겼던 낚시줄의 긴장까지 인식 표면으로 꺼내어보고 싶었다. 작업은 이미지의 실루엣이나 특징적 라인을 잘라내어 일종의 스텐실(stencil) 기법으로 제작되는데, 이 과정을 거칠수록 본래 풍경 이미지를 품고 있던 포지티브(positive) 이미지들의 조각이 네거티브(negative) 이미지들의 조각이나 배경의 무늬들과 그 중요도에 있어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고 느껴졌으므로, 스텐실의 조각, 파편들은 그림과 같은 이차적인 흔적으로 재활용 재구성되기도 하였다. 프린트 혹은 기계자수가 놓여진 패브릭은 캔버스 대신 사용되었는데, 이 레디메이드(ready-made) 이미지들은 도료의 분사량과 분사 방향에 따라 무늬가 드러나기도 하고 지워지고 가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표면의 무늬들은 산이나 나무 등 그려진 대상으로의 직접적인 관심을 방해시키며 잡을 수 없는 흔적처럼 드러날 것이다. 가구 제작용 포마이카를 베이스로 사용했던 ‘Pseudo-Icon’ 연작에 이어, 이번 작업에서 사용된 홈패션용 원단들과 그에 따르는 레디메이드 이미지들, 스프레이에 의한 인공적인 바림질 등은 이전의 작업들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동시대의 일상성과 그 안에서의 시각성을 반영한다. 정답은 없고 답은 많은 오류난 답안지와 같은 이러한 흔적들에서, 지금 우리의 정답 없는 질문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