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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갤러리박영 기획전 - 신흥우 전
2012.10.19 - 2012.12.31
신흥우
 
내그림의 주제는 항상 " 누구나" 혹은 "아무나"이다. 고로 이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그림의 모티브인 셈이다.

 

때로는 시장어귀의 어느 한 허름한 대포집 에서 본 주름 깊은 나그네의 얼굴일 수 도 있고,
인적 드문 내 작업실 옆길을 깔깔대며 지나가는 해맑은 꼬맹이들의 모습이기도하고, 십여년 전 에펠탑 앞 기념품 가게주인의 뚱뚱한 모습일 수 도 있고, 찰리 채플린처럼 우스꽝스런 영화 속 인물일 수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내 딸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런 천차만별의 기억의 편린들이 과거와 현재 구분 없이 놀이동산의 열차처럼, 때론 빠르게, 때론 천천히 지나간다.

 

기억하기 싫은 아픈 기억, 혹은 즐거운 기억을 줬던 사람들, 혹은 잡지책에서 봤거나 꿈속에서 본 사람이거나 그야말로 누구나 를 막론하고 아무 구분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자동 기술적으로 실리콘 주사기를 통해 사람형상들을 그려서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서 탄생되어진 수백 수 천개의 사람형상들은 각기 태어난 시간과 기억의 연관성들을 무시당한체로 아무렇게나 뒤섞여 그저 한 점의 그림 속 일원이 되어 운명적인 만남(인연)을 이루며 영원히 박제되어 가두어진다.

 

이런 모티브와 작업과정 속에서 연관지어본 나의 근작인" 도시의 축제"는, 도시라는 시스템에 익숙해져있는 나에겐 더욱 더 살을 보태기에 편안한 장소로서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도시라는 곳이 차가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때론 피 튀기는 살벌한 생존경쟁의 장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도시란 항상 따뜻하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 그런 흥미로운 사람들이 활보하는, 에너지 넘치는 곳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거리를 배회하는 수많은 표정의 사람들은 실은 모두가 다 나의 공짜 모델들이다. 요즈음의 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린시절 부터 즐겨 그려왔던 실제 모델 습작들과 아무데나 휘갈겼던 수많은 낙서들의 결과로서 주어지는 소산물이라고나 할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러나 각기 다르게 생긴 흥미로운 사람들의 모습들은 내가슴 속 깊이 존재해있는 게으르고 둔한 열정을 자극한다. 항상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 이루어지는 내 작업공간은 이런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뒤섞인, 그런 알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자 범 코스모스적인 인간들의 세상이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함에도 불구하고 차별없이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재미있는 세상을 꿈꾸어본다.

 

-신흥우 작가노트